님은 제게
- 장인어른께 드리는 송가
미국에서 셋째 정승구 목사
지금도 눈감으면 내 귓 가에
"내 딸, 내 아들, 내 아들같은 사위"
불러 주시던 그 따뜻한 음성이 들려옵니다.
님은 제게 동산이셨습니다.
한없이 그 안에서 뛰놀아도 다 받아주시는 그 품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동산이셨습니다.
가끔씩 눌려있는 잔디와 이끼낀 나무에 손대려하면
그것도 내 동산의 푸르름이라며
꿋꿋하게
아픔마져도 간직하셨던
넓고 푸르른 동산이셨습니다.
님은 제게 호수같은 바다였습니다.
난 님의 파도를 본적이 없습니다.
님을 옆자리에 태우고 몇시간째 길을 헤메일 때 조차도
님을 대하는 사람들이 님의 호숫가를 마구 헤집을 때 조차도
님은 한번도 파도치지 않았습니다.
"응, 아빠 괜찮다"하시는 그 모습엔 늘 호수같은 평화가 가득했습니다.
님이 떠난 뒤에야 님의 발자취를 보면서
비로서
님이
너무 큰 바다라서 작은 내 눈에 님의 파도를 보지 못한 것을 깨닫게 됩니다.
님은 제게 등대였고 얼굴이셨습니다.
한참 길을 가다 길을 잃으면 쳐다 보며 내 인생의 항해 길을 밝혀 주시는
한참을 바라보면 닮을 수 있으랴 매일 쳐다보게 되는
그런 님의 얼굴엔
하나님의 말씀이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성령님의 사랑이
언제나 깃들어 있었습니다.
한참을 울다 바라본 하늘은
여전히 어제의 하늘과 똑같이 거기에 떠 있고
멀리 바라다 보이는
동산도 바다도
여전히 어제와 같이 거기 있는데
이젠 불러도 볼 수 없는
님의 공간만이
어제와는 다른 세상임을 알게 합니다.
장인(丈人)어른
님은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인생의 장인(匠人)이셨고
성도로서, 목자로서, 목사로서 목회의 장인(匠人)이셨습니다.
이제 님을 따르는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목사로서
님이 남기신 흔적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선명한 발자욱을 남기는 제자가 되겠습니다.
장인어른, 내 아버지, 내 아빠
오늘도 님의 이름을 부르며
제게 남기신 십자가를 지며
님을 뵈올 날을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