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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글 모음 /Journey to the self

6. 알레데이아

by 소리벼리 2016. 7. 1.

6.    한 사람이라도 날 기다리고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야-인하대 성경모임 알레데이아

 

첫 시작은 창대했다. "숨지말고 나와 하나가 되자!"라는 슬로건 아래, 30여명 넘는 한 과의 인원이 한 자리에 모여 영문과 안의 새로운 신앙모임을 시작했다. 예배를 드리고 세미나를 개최하고 정기적인 신문도 제작했다. 대학원생에서부터 2학년 학우들까지, 동기 선배 할 것 없이 모여 첫 예배를 드렸다. 우리 과에 그렇게 기독교 친구들이 있는지 잘 알지 못했었다. 많은 친구들이 감격했고 모임을 더 자주하자는 제의도 들어왔다. 그렇게 1주일에 두 번씩 모여 성경을 나누었고 또한 포스트 모더니즘이던지 C.S. Lewis의 책을 원어로 읽으며 신앙을 나누었다. 방학 때는 엠티를 가고 또 기도회를 했다. 대학 4학년 여름에 난 몇몇의 학우들과 영문과 기도 동아리 알레데이아를 만들고 이끌었다. 신학을 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내가 몸 담은 처소부터 하나님께 순종하자는 감동으로 세운 동아리였다. 신문을 만들어 학과 사무실 앞에 가판대를 설치해 가져가도록 하기도 하고 영문과 강의실은 온통 알레데이아 신문이나 모임을 위한 광고지로 넘쳤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신대에 입학했다. 입학을 하고 출판사에 근무하고, 또 과외를 하면서도 난 알레데이아 모임만큼은 빠지질 않고 나갔다. 아니 빠질 수가 없었다. 인도해야 하므로..

한두 명씩 사람들이 줄기 시작했다. 졸업을 하면서 절반이 빠져 나가고 학기가 지나면 또 절반이 빠져나갔다. 신문 만드는 것은 일찌감치 중지되고 모임도 어느덧 한 번 이상 모이기 어려웠다. 리더를 세우지 않고 신대원을 다니면서 내가 가서 인도까지 했으니 아무리 내가 열성적으로 인도를 해도 더 이상 그들과의 끈끈한 끈이 유지 될 수 없었나 보다. 

  

이제 가면 어쩔 땐 서너 명, 어쩔 땐 두세 명, 그들도 내가 일찌감치 가서 전화하고 찾아 다니면서 모아야 했던 사람들이다. 차츰 회의가 들기도 하고 그렇게 정겹게 느껴지던 인하대의 모습들이 조금씩 낯설어가기 시작했다.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날, 난 하나님께 고백했다.

큰 꿈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여기까지인가 봐요이젠 아무도 날 반기지 않고 그리고 이 장소가 너무 낯설게 느껴져요이 곳에 알레데이아를 세우게 하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지금은 알 수가 없지만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해요하나님의 뜻을 알 순 없지만 이 모임을 통해 하나님 영광 받으셨기를 바래요…”

 

그렇게 마음 먹고 모임 날인 월요일 날 이제 마지막 모임이다는 심정으로 학교에 갔다. 가는 길에 전화를 걸어보니 역시나 아무도 받지 않는다. 아무도 날 반기지 않는다. 귀찮게 생각하는지도, 이젠 낯설어 버린 얼굴일수도 있겠다 하니 씁쓸한 외로움이 밀려왔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하리라는 마음을 다지고 모임장소인 빈강의실로 향했다. 마지막 기도일 것이라 생각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문을 열었다.

한 명이 앉아있었다. 조금 낯선듯한, 가만히 보니 조금씩 낯익은 듯한

같이 모임을 하다가 군대갔던 후배 하나가 까까머리가 되어서 휴가 나온 것이다.

혹시나 하고 기다렸는데 역시 형 오네요너무 보고 싶었어요…”

녀석은 멀리 군대에서부터 이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올라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밝게 웃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네가 올 줄 알고 왔지하하

 

늦게 나마 두 명의 후배들이 와서 네 명이서 모임을 하고 뒷풀이를 했다.

밥 먹으러 가는 길에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한 영혼이라도 널 기다리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너에게 보낸 양이다. 한 영혼이라도 널 기다리고 있다면 그건 바로 나의 뜻이다…..”

그 후 2년 간을 우리는 계속해서 모였다. 어쩔 땐 다섯 명, 어쩔 땐 두 명,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는 그 날, 나는 하나님 앞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그 문을 나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