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내가 너의 관객이 되고 천사들이 너의 그룹이 되어 줄께..
중고등학교 시절 난 음악에 미쳐있었다. 중창단과 성악을 하면서 무대를 꿈 꾸었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면서 또 성격이 좀 다른 열광적인 무대를 누렸다. 서울의 크고 작은 무대를 다니며 노래를 했고 고 2 때는 수학 선생의 교회에서 솔리스트로 오라는 청이 들어오기로 했다. 당시 고등학생에게는 기대 할 수 없었던 사례금도 약속받았다. 그러나 개척교회의 멤버로서 난 우리 교회를 떠날 수 없었다. 대학에 와서도 난 대학가요제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었고 학교 앞 카페에서파트타임 노래를 부르며 가수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군대에서는 우정의 무대에 나가 마지막 결선에 까지 나가 스포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군대의 군인 교회에서부터 난 성가대 지휘자로서 사역을 시작했다. 군인교회 지휘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부대에서 일반대생으로는 처음으로 군종병으로서의 사역을 하기도 했다. 제대 후에는 다니고 있던 교회에서 지휘를 시작했다. 아직 신학을 결정하기도 전에 난 먼저 성가대 지휘자로서 교회의 사역을 시작한 것이다. 교회가 작았기 때문에 열명 남짓 한 성가대 인원과 찬양을 하고 또 앞에서 찬양을 인도하는 것이 어떨 때는 한없이 기쁘다가도 어쩔 땐 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당시엔 교회에서 자는 날이 꽤 많았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심난할 때 교회에서 찬양을 하다가 기도를 하다가 그대로 의자에 누어서 잠이 들었고 그렇게 새벽예배를 드리고 집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는 기도 중에 내 속상함을 하나님께 고했다.
“하나님, 내 안의 열정을 알잖아요. 좀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찬양하고 싶고 또 좀 더 많은 사람을 위해서 찬양하고 싶어요… 내가 이젠 세상 음악 안 하고 하나님을 찬양하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 좀 많이 붙여주시고 악기 하는 사람도 보내주시고 같이 찬양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내주세요…”
그런 내용의 기도를 몇 번 드렸던 것 같다. 그렇지만 성가대 인원은 늘지 않았고 그리고 악기를 다루는 사람도 좀처럼 오지 않았다. 신디를 구입하고 드럼을 세팅해 놓고 그리고 마이크를 여러 개 사 놓아도 할 사람이 없었다. 어느 날 기도 중에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승구야, 사람들을 찾지 말고 오직 날 향해 찬양해야지… 네가 찬양 할 때 언제나 그 무대 앞 중앙에는 내가 너의 관객이 되어서 너의 찬양을 들으마… 내가 너의 관중이 되어 주고 천사들이 너의 찬양그룹이 되어 줄꺼야…”
그 분의 마음을 느끼며 난 다시 큰 무대를 꿈꾸지 않았다. 아니 내가 찬양을 인도하고 성가대와 함께 성가를 부를 때마다 그 무대가 가장 큰 무대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보이는 사람들을 적었어도 그 가운데는 항상 하나님이 날 바라보며 흡족히 나의 음악을 들으셨고 그리고 천사들이 나와 함께 노래하며 악기를 연주하는…. 난 하늘의 궁중 지휘자 였으니까……..
마음이 그렇게 바뀌면서 중등부 여학생들을 모아서 드럼을 가리키고 그들을 성가대원으로 세웠다. 처음엔 목소리가 너무 어려서 잘 융화하지 못했지만 자꾸 함께 하며 불러보니 나름대로 특색있는 화음이 나왔다. 1-2년 지나 그 아이들이 드럼을 치고 같이 찬양하며 찬양을 드렸고 난 그렇게 찬양을 하는 그 아이들도, 또한 그 아이들에게 악기며 찬양을 가르쳤던 나 자신의 모습을 대견스레 생각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많지 않은 성가대 인원을 데리고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고 잘 따라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찬양을 인도하지만 그래도 난 그 가운데 항상 내 무대를 바라보며 웃으시는 하나님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담임목회를 시작하면서 때로는 성가대를 지휘하고 금요 예배 찬양을 인도하는 것이 벅차기도 하고, 좀 더 솔직히는 좀 지겨워질 때가 있었다. 설교를 하는 데 있어서 찬양에 집중하는 것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되었다.
"언제까지 제가 성가대를 인도하고 찬양인도를 해야 하나요? 이젠 설교에 집중하고 싶어요, 주님!" 하면서 기도를 할 때에 예전 내 찬양의 무대 한 가운데서 '내가 너의 관객이 되어 줄께!"하시던 주님의 모습이 그려졌다.
"난 네가 사람들을 향해 설교하는 것도 귀하게 보지만 네가 날 위해 찬양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단다." 하시는 듯한 주님이 마음이 느껴졌다.
이 사역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여전히 모른다.
나이가 들며 때로는 내가 찬양을 인도하는 것이 성도들에게 덕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 찬양의 주인, 내게 음악주신 주님 앞에 설 수 있는 때까지 그 분 앞에 계속적으로 찬양하는 사역을 힘다해 할 것이다. 그 분이 내 관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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