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학 실패…재수..입학.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 우리 가족은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인천으로 이사했다. 나만 서울에 남았다. 고 3이 되는 나는 학교를 옮길 수 없었다. 6개월을 독서실의 추운 공간에서 담요를 덮고 자고 후반기 6개월은 하숙을 하면서 지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무슨 고생이랴 싶지만 부모들이 떠받들던 남들의 고 3생활에 비하면 난 참 외로웠다. 시험이 끝나는 날이나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들은 가 있을 곳이 없어 거리를 방황했다. 쉴 곳이 마땅히 없었다. 그 여름 때에 고 3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개봉했고 주위의 독서실에서 몇 명의 고 3생들이 자살을 했다. 조금씩 조금씩 방황을 시작했다. 하나님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원망하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인천에 가면 예배를 참석하고 어머니는 반드시 청소를 하게 했다. 그것이 필요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훈련을 위해서인지 분명치 않지만 난 마치 홍당무가 된 마냥 나 자신을 구박덩이처럼 느꼈다. 그래도 이렇게 사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알아 주시겠지…… 속으로 이 삶을 보고 있을 하나님을 위해 거래 아닌 거래를 했다. 대학 합격에 대해서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떨어짐에 대한 두려움은 남들과 마찬가지였지만 내 신앙 안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홀로 이곳에 남아서 살고 있는 나의 삶을 하나님께서 외면하신다면 용납이 되질 않았다. 원서도 그리 모험을 걸진 않았다. 담임이 쓰라는 곳에 썼다. 썩 좋지는 않은 대학이었지만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대학생이 되고 싶었다.
전기를 떨어지고…… 더 낮추어 쓴 후기마저 떨어졌다. 왜…… 어떻게 이럴 수가……
청년부 수련회를 가서 난 독방에 홀로 앉아 하나님께 따졌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아시잖아요… 남들은 부모들이 고3이라고 떠받들고 과외하고 그랬는데 난 당신의 교회를 위해서 희생하지 않았나요? 아주 논 것도 아니고 그래도 최선을 대했는데 세상을 움직이시는 분이 왜 내 인생을 이렇게 내버려두시죠?” 한 두 시간쯤 지났을까… 이전까지 홀로 이렇게 오래 기도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1년 동안 내가 행했던 모든 악행들이 생각났다. 주위를 방황하다 술을 먹고 담배를 피워보기도 하고…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보고 음란한 상상을 하고…
그 죄가 그대로 머물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의 원망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저 ‘어쩔 수가 없었잖아요’ 하는 항변이 생각 안에서 꿈틀댔다. 그렇지만 회개의 열매로서 주일 저녁 찬양예배 때에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양으로 특송을 했다.
학원에 등록을 했다. 재수 생활이다. 첫 시험을 보았는데 1등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 번도 일등을 해 본 적이 없다. 중학교 내내 반장을 했어도 성적은 언제나 10등에서 맴돌았다. 그런데 입시에서 떨어지고 낙심해서 본 첫 모의고사에서 1등이라니….
재수하면서 새벽예배를 다니고 저녁에는 거의 독서실에서 잤다. 인천으로 왔지만 1년 전처럼 똑같이 독서실 생활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젠 방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롭지도 않았다. 학원을 가면서 버스를 타면 항상 인하대 앞을 지나서 갔다. 차창 너머로 본 대학의 모습은 낭만 그 자체이다. “저 대학에 갈 수만 있다면…..”
1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등수는 쭉 1등에서 3등 사이를 맴돌았고 그렇게 우등생 소리를 들으며 1년을 보냈다. 그리고 난 1년 전이라면 꿈 꿀 수 없었던 대학에 입학했다. 내가 매일 보아오던 인하대… 그것도 문과에서는 가장 높은 과인 영문과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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