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될 수 없다고
갈구하는 나에게 파문을 준 너는
이미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있지만
그 자리엔 어느새 내가 앉아있다.
그냥 길을 가라고
한 마디 툭 던져진 너의 자취가
나를 주저앉게 만드는 건
부끄러운 나의 성 때문이리라.
사라져 버렸지만 널 볼 수 있는 나는
이미 너의 길을 따르고 있다.
그래. 목적은 없다.
아직도 난 부끄러운 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길을 가는 이유가
내겐 기쁨이 되고 있다.
친구야. 다시 널 볼 수 없다는 이유가
더욱 너를 친하게 만드는 이유는
같이 존재한다는
진리가
우리 가슴을 연결하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