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시
친구 녀석의 우스개 소리를 듣다가
그 속에 있는 울음을 발견했다.
그런 느낌이 든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해맑던 그 녀석의 웃음을 보며 자꾸 눈물이 났다.
그 날
하루 종일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난 내 눈알을 빼 버리고 말았다.
보이는 것의 의미를 상실할 때와
보이지 않는 것의 의미를 발견하는 때에
난
공포와
초라함과
낯설음과 두려움
그리고 나를 둘러쌓고 있는 세상에 대해
무서움을 느꼈다.
내가 배워왔던 것들,
내가 만나왔던 사람들,
내가 생각했던 그 수많은 이상들이
이젠 모두 거짓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사람들과 건물들과 모든 소리와 바람과 빛살까지
이젠
모두 회색이 되고 황무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 황무지에 앉아 시를 쓰려고 한다.
되지도 않는 몸부림이겠지만
그런 발광이라도
삶이고자 한다.
그런 몸짓마저도
가다려주는 사람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