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의 고백
아버지
내 아버지.
나이가 들면서, 아니 마음이 교만해 지면서겠지요.
나도 이젠 컸다고,
아버지 없어도 살 수 있다고
이젠 나도 나만이 삶,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당신께로부터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멀어져가는 내게 있어서
당신은 점점 더 좁은 어깨를 지니고
떠나가는 나 조차도 붙잡을 수 없는 그런 무력한 아버지였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어느덧 아버지보다도 커 버린 나 자신이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지나면 내가 더 큰 사람이 되어서 아버지께 돌아와 그 분을 모시리라.
그 분을 내가 책임지리라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난
다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난 당신을 떠났습니다.
세상이 내게 가혹했다는 것을
그 앞에 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라는 것을 당신을 떠나서야 비로서 조금씩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이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난
인정하지 않았지요.
그저 언젠가는, 조금만 더 참다보면
내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
그러면서 여전히 세상에서의 확률없는 도박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난 내 가진 모든 것,
조금만큼의 자존심마져도 잃어버렸습니다.
아니 세상에 다 빼앗겨 버렸습니다.
죽음을 앞 둔 시체마냥
난 그렇게 죽지 못해 숨을 쉬는 그런 벌레가 되었습니다.
갑자기 아버지가 보고 싶었습니다.
이미 내 삶에서 죽여버렸던 아버지.
내 안에서 이미 무력하다고 내 쫓아버린 아버지.
그 아버지는 얼마나 늙었을까? 혹시라도 예전의 모습이 남아있을까?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단 한번이라도 그 분 앞에 가서
보고 싶었다고,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직접 얼굴 볼 순 없을 것 같아 먼 발치라도 그 얼굴 희미하게 바라보고라도
용서를 빌고 싶었습니다.
떠날 때 보다도 무겁게, 몇 배 힘들게
그렇게 아버지께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아주 몰래 그 분을 보려는 설램으로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그 분은....
집 밖 멀리까지 나와서...
나를 보자마자 달려왔습니다.
마치 아침에 나간 자식을 맞이하는 모습처럼
기다림의 지침도 없이
당연히 내가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나에게 달려오며 입을 맞추며
힘들었냐고, 아프진 않았냐고, 밥은 먹었냐고
대답조차 기다리지 않고
수많은 정겨움을 불러줍니다.
잘못했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런 말 할 틈 조차 주지 않으시며
그 분은 예전보다 더 강한 모습으로
더 따뜻한 모습으로
날
안아 주십니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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