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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글 모음 /목회컬럼

성경필사를 시작하며...

by 소리벼리 2015. 4. 5.

올해 사순절을 시작하며 교회 성도들과 함께 영성 훈련으로서 전교인 성경필사를 시작했습니다. 성경 필사를 하기 전 몇 주에 걸쳐서 설교를 통해 성경 필사의 역사, 필사 할 때의 규율, 그 필사를 통해 전해 내려져 온 하나님의 말씀들을 먼저 나누면서 이것이 단지 '쓰고 모방'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간직하고 전달하는 사명'이었다는 것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도원을 중심으로 필사를 통해 전해 내려왔던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의 손을 통해 전해 내려왔지만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거의 오류가 없이 전해 내려올 수 있었나를 함께 생각해 보았답니다. 한 글자라도 정확히 지키고자 했던 그런 엄격함과 정직함이 결국 필사자의 기본 자세라는 것이 성도님들의 입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백되어졌습니다.


"말씀을 필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수호하고 전달한다는 사명감과 소원을 가지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다시금 멈추어 목욕하고 기도하며 다시 말씀을 시작하고……. 그러다가 한 글자 실수하면 멈추어 그날을 반성하며 또 내일을 준비하며……".

 

먼저 사순절 기간 동안 성도들끼리 나누어 신약성경을 필사하고자 신약 27권을 각각 종이 파일에 담아 자원자를 모집했습니다. 다행히 성도님들께서 27권 모두를 자원해 주셨습니다. 파일를 나누어 주면서 "한 글자라도 틀리면 찢으셔야 합니다. 다시 쓰셔야 합니다."하면서 필사자의 마음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주일학교 학생 부터 90세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적은 인원이지만 전 성도가 성경 필사에 참여했습니다. 필사를 시작한 다음 날부터 한 두 통씩 전화가 걸려옵니다.


"목사님, 이거 저 도저히 못하겠어요. 쓰는 종이보다 버리는 종이가 더 많아서 이건 정말 낭비입니다"

"목사님, 뒷면까지 잘 쓰다가 막판에 틀렸어요. 마음에 시험이 들 것 같습니다."

"필사하면서 은혜가 되기보다는 낙심되고 시험이 됩니다. 한 글자 틀려서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또 찢고 성질이 더 못되지는거 같아요……."

 

정말로 저 자신부터 한 장을 넘기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맥락에 아무런 영향력을 주지 않는 사소한 조사나 어미를 잘못 적는 실수를 할 때마다 '그냥 넘어갈까'하는 내면의 갈등이 오기도 했습니다. 잘 아는 구절일수록 아는 대로 쓰다가 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정확하지 않게 기억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원망과 불평을 들으며 첫 주가 흘렀습니다. 과연 끝까지 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3주쨰가 지나가면서 사람들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교회일에 적극적이지 않던 한 노년의 집사님은 신약성서 네 권을 마치고 구약의 창세기를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틀리고 종이를 찢을 때마다 처음엔 목사님이 원망스러웠는데 이젠 내 신앙이 이렇게 실수에 둔감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결국은 내가 틀린 것인데 남을 원망하기나 하고……."

"내가 틀릴 때마다 참아 주시고 또 다시 시작했을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졌답니다. 실수 투성이인 나를 그 분은 불평하지 않고 또 다시 시작했겠지요."

"똑같은 부분에서 자꾸 틀리면 그 부분은 나에게 특별히 하시고자 하시는 말씀이구나 생각하니 더 말씀을 바라보게 됩니다."

 

물론 아직도 불평하는 성도들이 있고 구약을 다 마치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연말에 성도들과 함께 필사한 것을 성경으로 만들면서 하나님께 성경 봉헌 예배를 드릴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고 설랩니다.  왠지 한 권의 성경으로 만들어질 저희 성도들의 노력이 바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