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인 글 모음 /1993-1997 대학시절

여행

by 소리벼리 2012. 8. 24.

여 행

 

1. 나서며

 

집을 나선 이의 눈망울은

무거움이지만 기대다.

 

분명 나섬이 목적이기에

비운 가슴을 두드리고

길을 찾는다.

 

길을 거닐며

상상했던 수많은 세상을 접하지만

그러나

 

오직 한 길만이

내게 주어진 길이기에

 

난 또다시 바라보며

멈추어

내 길을 찾는다.

 

집을 나선이의 눈망울은

기대이지만

눈물겹다.

 

 

 

 

 

2. 거닐며

 

사람을 본다.

세상을 본다.

그저

보기만 할 뿐이다.

 

다가가서 한 마디 말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단지 허공만 맴돌 뿐이다.

 

사람들.

표정이 없다.

단지 흉내만 낼뿐.

그들이 삶을 살아가는 건지

삶이 그들에 머무르려 하는 건지

그들은 관심 없는 웃음소리만 낸다.

 

웃음소리가 소음이 되어

공간을 채운다.

소음에 지쳐 귀를 막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이제

 

달린다.

 

 

 

 

3. 거닐며 2.

 

색깔이 있는 곳이다.

단지 공간이라 말한다.

 

존재하는 건 모두 보이지 않는다.

그 안에 혼자 우두커니 있다.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내 과거, 사람들, 미래....

 

무의미한 생각들이 스스로 숨어들며

자취를 감춘다.

 

생각이 자취를 감춘 공간은

우두커니 앉아있는 나의 존재를 빼앗아가 버린다.

 

 

 

 

 

 

 

 

 

 

 

 

 

 

 

4. 거닐며 3

 

눈을 뜬다.

난 지쳐 길을 걷고 있다.

 

 

숲 속잎들 사이로

조그만 공간

빛이 세어

내 눈을 쳐다본다.

 

눈 부시다.

 

자연을 본다.

그리고 소리를 듣는다.

 

눈으로 보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온 세상

내가 살아갈 세상

그리고 지금을 눈으로 본다.

 

이제 난

존재하고 있다.

 

존재하고 있다.

 

 

 

 

5. 집으로

 

오는 길은

석양이 지는 쓸쓸한 녘이지만

새벽을 기대하게 한다.

 

한 밤 자고 깨어나면

살아갈 수 있는 아참을 생각나게 한다.

 

결코 들떠서는 안된다.

빈 손으로 온 귀향이지만

난 성장해 있다.

 

채운 가슴을 다시금 비우자.

넓어진 그릇으로

다시 집 안의 먼지를 마셔보자.

 

다음의 여행을 기다리며...

 

 

'개인 글 모음 > 1993-1997 대학시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출  (0) 2012.10.12
걸음마  (0) 2012.09.06
바람이 불어  (0) 2012.08.24
하늘  (0) 2012.08.24
망향 2  (0) 2012.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