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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14장 12-27절 (자기 몸으로 차린 만찬)

 

고난주간 목요일엔 최후의 만찬이 있는 날, 이 날 다락방에서 세족식, 성찬식, 유언설교를 행하시고 겟세마네로 가신다.

그 날의 시작을 알리는 마가복음 14장 12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막 14:12] 무교절의 첫날 곧 유월절 양 잡는 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여짜오되 우리가 어디로 가서 선생님께서 유월절 음식을 잡수시게 준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 하매

 

우리가 추수감사절 하면 칠면조를 떠올리듯 유대인들은 유월절날 함께 먹을 어린양을 떠올린다. 유월절은 잘 알다시피 출애굽할 때 어린양의 피가 묻어있는 집은 재앙이 넘어갔다해서 Pass Over, 재앙아 넘어간 날로 지낸 유대인 최고의 명절이다.

 

그 시작을 알리는 무교절의 첫 날, 성경의 기자는 특별히 이 날을 이름 붙이기를 "유월절 양 잡는 날"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담아 이름을 붙였다. 예수는 그 날의 이름처럼 그 날 겟세마네 동산에서 유다와 그와 함께 한 사람들에 의해 붙잡힌다.

 

그러니 제자들의 말은 더욱 더 어처구니없이 가슴 아픈 말로 다가온다.

"우리가 어디로 가서 선생님께서 유월절 음식을 잡수시게 준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

 

이 말인 즉, 어디서 유월절 어린양으로 오신 당신을 희생제물로 준비할까요?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결과로 다가오는 것이다.

 

물론 제자들에게는 추호도 그런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오늘도 자신들이 주님을 위해 헌신한다 할 것이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한다 할 것이고, 그 열심대로 언제나처럼 누가 더 많이 하고, 누가 더 높고, 누가 더 영광의 자리를 앉을까를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한 사람도 예외없이 주님을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보낸 무리에게 넘기는 그 자리에 함께 했다.

 

최후의 만찬 현장에서 주님은 만찬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꺼내신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한 사람 곧 나와 함께 먹는 자가 나를 팔리라" (18절)

 

"만약 너희들 모두가 오늘 날 팔리라" 하셨더라면 제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분명 그들 모두는 그날 예수님을 팔아넘기는 장면에 동참하는데 주님의 어법은 그들을 배려하는 것인지, 그들의 잘못을 가리는 것인지,

단지 "너희 중 한 사람, 나와 함께 먹는 자가 나를 팔리라"라고 말씀하신다.

 

제자들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안도했던 것 같다. 기분은 썩 안좋지만 적어도 그 한 사람이 자신이 아닐꺼라 말한다.ㅣ

 

[막 14:19] 그들이 근심하며 하나씩 하나씩 나는 아니지요 하고 말하기 시작하니

 

성경은 친절하게도 열 두명의 제자가 하나씩 하나씩 "나는 아니지요?"하며 불안 가운데서도 안도하는 모습을 그린다.

 

우리의 모습은 늘 이렇다. 죄에 대하여 경고하고, 이 세대를 향해 꾸짖고, 홍수를 예언하고, 소돔과 고모라의 심판을 이야기하고, 교회의 심판을 이야기해도....근심 중에서도 "난 아니야, 난 다행히 그 저주의 명단에서 빠져있어."

스스로 안도한다.

 

그러나 주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 중에 하나도 예외없이 주님을 버릴 것을....

[막 14:27]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이는 기록된 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라 하였음이니라

 

그런데 바로 그 때 주님이 차리고자 했던 진정한 만찬이 시작된다.

제자들이 차린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유월절 어린양이신 그 분께서 첫번째 유월절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 밤 그를 버리고 뿔뿔히 흩어질 죄인들을 위해

그의 피로, 그의 몸으로 친히 그들의 양식이 되신다.

 

유월절 양잡는 날, 진짜 유월절의 만찬은 모두가 돌아가면 "난 아니지요"하면서 자신들의 죄를 숨기고자 할 때, 그 숨긴 죄는 곧 더욱 분명히 드러나지만 그들을 위해 주님께서 그의 피로 그들을 닦으시고, 그의 살로 그들을 먹이신다.

요한복음의 본문을 추가하면 바로 그 순간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그들의 발을, 그들의 죄를, 그들의 허물을 주님의 손으로 닦아 주신다.

 

오늘도 우리는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나름 사순절을 의미있게 보내고자 말씀을 펴고, 기도를 하고, 유튜브를 찾아보며 나름대로의 수고를 하며 "난 아니지요?"하며 주님의 인정을 받으려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연약함을, 죄를 숨기고 오히려 우리 자신을 인정받고자 하는 우리의 그 완악함을 주님께서는 그저 닦아주시며 그 분의 피를, 그분의 살을 우리를 향하여 먹이신다.

 

구원은 내가 그분의 상을 차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 분이 차린 만찬을, 그분이 손수 차린 구원을, 그 피를, 살을 먹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우리에게는 어떤 의도, 어떤 자랑도 있을 수 없고, 오직 그분이 담당하신 그 사랑을 우리는 받아먹을 뿐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Posted by 사용자 소리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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