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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에 해당되는 글 654건

  1. 2012.08.22 비가
  2. 2012.08.22 서시
  3. 2012.08.22 또 다른 나
  4. 2012.08.22 서문

비 가

 

1. 나에 대한

 

보고 싶다.

네 존재 뒤에 숨어 있는 너의 모습을,

너를 찾아 들어가 보지만

갈수록 험해지는 네 마음의 구조가

널 숨긴다.

 

찾을 수 없는 너의 존재는

널 슬프게 만들고

날 슬프게 만들고

 

슬픈 가운데 만들어진

또 하나의 매듭이

더 깊은 곳으로

널 감추어 놓는다.

 

보여줄 수 없다는 이유가

오히려 널 웃게 만들고

웃어버린 너는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구조 속으로

사라져간다.

 

 

 

 

 

 

 

2. 너에 대한

 

내가 너라는 존재라면

난 널 사랑할 수 없겠는데

네 안에 내가 있기에

난 날 숨기려는 모양으로

널 사랑해야 한다.

 

네 안에 든 나의 모습은

나를 더욱 더 검게 만들고

그 검은 내가 네 안에 있기에

넌 그런 나를 사랑하게 만든다.

 

서로에게 똑같은 존재가 숨겨있다는 것은

서로를 순수하지 못하게 만들고

사랑을 순수하지 못하게 만든다.

 

너를 볼 때마다

그 속에 울고 있는

나를 본다.

 

 

 

 

 

 

 

 

 

 

 

 

3. 삶의 이유

 

지구가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삶이 돌아간다.

 

인식하지 못하는 내가

돌아가는 지구를 만날 때마다

또 슬퍼하고

외로워하고

후회한다.

 

계속 돌아서 끝없이 반복되지만

너무 돌아 낯설기만 한 세상이

무서워서 운다.

 

너무 낯설어 버려

난 돌아가는 나의 삶을 멈추려하지만

삶이 멈추려면

내가 멈추어야 하는데 내가 멈추려면

지구가 멈추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는 내가

슬퍼서 운다.

 

 

 

 

 

 

 

 

 

4. 마지막

 

머무르지 말라 한다.

그게 순수라 한다.

더럽지 않으려면

길을 가야 한다고

슬프지 않으려면

움직여야 한다고

처절히도 말한다.

 

이젠 앉고 싶다고

지친 눈 깜박이며

머무른다 하면

그저 웃기만 한다.

허락지 않는 슬픈 웃음이

날 움직이게 한다.

날 순수히 꾸민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고

다른 길로 간다하면

아니라는 침묵이 날 가게 한다.

그 길로,

그 어둠 속으로.

어둠이 있어라야 빛을 알 수 있다 한다.

어둠에 눈 아파야

밝음에 눈부실 수 있다 한다.

 

한 번도 울지 않고 웃기만 하는

당신의 슬픈 몸짓이

날 울게 만든다.

그 울음이 날 순수히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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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리벼리

서 시

 

친구 녀석의 우스개 소리를 듣다가

그 속에 있는 울음을 발견했다.

그런 느낌이 든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해맑던 그 녀석의 웃음을 보며 자꾸 눈물이 났다.

 

그 날

하루 종일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난 내 눈알을 빼 버리고 말았다.

보이는 것의 의미를 상실할 때와

보이지 않는 것의 의미를 발견하는 때에

 

공포와

초라함과

낯설음과 두려움

그리고 나를 둘러쌓고 있는 세상에 대해

무서움을 느꼈다.

 

내가 배워왔던 것들,

내가 만나왔던 사람들,

내가 생각했던 그 수많은 이상들이

이젠 모두 거짓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사람들과 건물들과 모든 소리와 바람과 빛살까지

이젠

모두 회색이 되고 황무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 황무지에 앉아 시를 쓰려고 한다.

되지도 않는 몸부림이겠지만

그런 발광이라도

삶이고자 한다.

 

그런 몸짓마저도

가다려주는 사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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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리벼리

또 다른 내가 산다.

 

나의 소외로

그 슬픔으로

난 존재치도 않는 나를 살게 한다.

 

실존하지 않는 허구가 산다.

 

사람들은 그 또 다른 나를 보고

나를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기도 했다가 증오하기도 한다.

 

존재하지 않는 나를 보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또 다른 존재하지 않는 자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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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리벼리

시를 쓴다는 것은 그 만큼 생각을 하며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 안에 항상 자기와 전체의 관계를 되짚어 보는 것이다. 내게 있어 시는 기도와도 같다. 기도하지 않는 날은 어쩐지 개운치 않은, 무언가 관계와 주체가 어긋난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를 쓰지 않는 시간은 대개 공허한 몸짓의 발광일 뿐이다.

 

잘 써졌건 부족하던 다른 사람과는 달리 난 내 글을 사랑한다. 남을 보여주기는 무엇하기도 하더라도 그 글을 읽고 삶을 회상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인생에 즐거움을 느낀다. 일종의 자족이다. 내 글을 남에게 보인다는 것은 글을 쓴다는 것과는 또 다른 결심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벌거벗은 모습으로 나 자신을 공개하는 것이고 내가 꾸며 왔던 내 무의식의 치부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솔직함이 오히려 글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젠 그저 꾸밈없는 깨끗함으로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

 

공부를 할수록 삶에 자신을 잃어가는 것은 나 자신의 존재를 깨닫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삶을 꾸준히 이끌어 가는 것은 내 존재 위에 날 인도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변함없는 내 실존의 이유이다.

 

꼬마 철학자로서가 아니라 이젠 진지하게 내 자신의 성숙을 시도하고자 한다. 이젠 정말로 어른을 준비할 때다. 어울릴 수 있고 이끌 수 있고 동시에 이끌림을 참을 수 있는, 그러나 현실에 무너지거나 비린내 나는 합리화 속에 내 이상을 잃지 않고 간직할 수 있는 무지개를 간직한 시인이 되고 싶다. 감옥 속에 있을 지라도 삶을 노래할 수 있고 그러나 현실을 파악하고 그 속의 의미를 알 수 잇는 어른인 동시에 빛이 되고 싶다.

 

1993년부터 97년이라는 시간 속에 시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그 이후에는 학문적인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고 색깔을 넣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 시들은 그런 목적이 없는 순수함이 배여 있는 글들이다. 그냥 일기와도 같은 내 삶의 기록이다. 살아온 내 숨결이다.

 

19998월 어두운 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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